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사망한 피해자(당시 16세)의 유족이 가해자인 A씨의 아버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다240021)에서 B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피해자 유족이 A씨 본인과 A씨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일부 인용됐고,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분리·확정됐다.
만 17세였던 A씨는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고 보호처분을 받았다.
피해자의 유족은 A씨의 부모가 A씨를 제대로 교육하고 보호·감독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A씨와 공동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A씨의 부모는 A씨가 만 2세였을 때 이혼했다. A씨의 친권자 및 양육자는 어머니뿐이었는데,
1심과 2심은 A씨의 아버지 B씨에 대해서도 10%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협의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혼으로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현실적·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해 자녀를 보호·감독을 하고 있었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
비양육친의 감독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원심은 비양육친의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양육친은 원칙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책임을 지지 않고,
비양육친이 실질적으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해왔다거나 미성년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감독의무자책임을 진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이 판결이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양육친의 손해배상책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출처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