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재산 분할을 둘러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법원이 "기업은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존립이 부부의 이혼 소송에 좌우될 위험성이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에게도 경제적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약 4년이 넘는 이혼 소송 끝에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 부장판사)는
6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을,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본소 청구한 이혼 소송은 기각했다.
앞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과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등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재산적 가치의 대부분은 SK㈜ 주식이 차지했는데, 노 관장은 최 회장의 SK㈜ 주식 1297만5472주 중
50%인 648만7736주를 분할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이 SK그룹 경영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며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을 맡은 노 관장이 SK㈜ 주식의 가치 상승이나 처분과 관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이 분할 대상이 됐다.
한편 재판부는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분할 대상 재산의 형성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총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도록 재산분할을 명했다.
가사 소송을 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노 관장 측에서는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고
주식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갈수록 이혼 사건이나 재산 분할에 있어 주식 관련한 쟁점이 많아지는데 추후 다른 사건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경·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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