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몰래 스마트폰에 설치한 ‘스파이 앱’을 통해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상간녀 B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2023므16593)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A씨와 그의 남편은 2011년 결혼했다. 의사였던 남편은 같은 병원 간호사 B씨와 여러 차례 데이트를 하는 등 바람을 피웠다.
A씨는 2019년 5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혼하지는 않았다. A씨도 불륜 상대가 있었다. 이후 남편이 A씨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2021년 3월 협의 이혼했다.
이듬해 A씨는 “배우자와 B씨의 외도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B씨를 상대로 33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에서 남편 몰래 스마트폰에 설치한 ‘스파이 앱’에서 확보한 배우자와 B씨 간 대화·통화 녹음 파일을 제출했다.
1·2심은 녹음 파일 증거 능력을 인정해 B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민사 소송절차와 이를 준용하는 가사 소송절차에선 형사소송법 법리에 따른 위법수집증거의 증거 능력 배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상대방 동의 없이 증거를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녹음 파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제3자가 전기통신 당사자인 송신인·수신인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 감청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불법감청에 의해 녹음된 전화 통화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통화 녹음 파일이 아닌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B씨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위자료 1000만 원 지급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오인애 기자